자율운항선박과 DP
선교의 당직 항해사가 하는 일은 크게 셋이다. 주변을 보고(인지), 어떻게 갈지 정하고(판단), 타와 기관을 움직인다(제어). 자율운항선박은 이 세 일을 센서와 알고리즘이 나눠 맡는 배다. 이 장은 여러 센서의 측정을 칼만 필터로 묶는 법, 지도 위에서 길을 찾는 A*,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LOS 유도, 다른 배를 피하는 속도 장애물 기법을 차례로 만져 본다. 마지막으로 바람과 파도 속에서 한 점에 멈춰 서는 동적 위치 유지(DP)와, 육상에서 배를 원격 조종할 때 통신 지연이 왜 위험한지를 다룬다.
- IMO MASS 자율 등급 1~4의 차이와 육상 원격 관제 센터의 역할을 설명한다.
- 칼만 필터가 레이더·AIS처럼 성질이 다른 측정을 어떻게 가중 평균하는지 이해한다.
- 격자 지도에서 A* 알고리즘으로 수심을 고려한 최소 비용 경로를 구한다.
- LOS 유도와 노모토 모델 기반 PID 선수각 제어로 경로를 추종하고, 조류에 의한 정상 오차와 적분 동작의 역할을 안다.
- 속도 장애물(VO)로 충돌 회피 속도를 고르고 COLREG의 우현 변침 원칙을 반영한다.
- DP의 3자유도 제어, 스러스터 할당, DP 등급과 이중화의 의미를 설명한다.
- 통신 지연이 원격 조종의 안정성을 어떻게 해치는지 설명한다.
MASS: 자율운항선박의 네 등급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선박을 MASS(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s)라 부르고, 2018~2021년의 규제 검토(RSE)에서 자율화 정도를 네 단계로 나눴다. 기준은 "배 위에 사람이 있는가"와 "결정을 누가 하는가" 두 가지다.
MASS 자율 등급 비교
| 기능 | 누가 맡는가 |
|---|
등급이 올라갈수록 기술보다 제도가 어려워진다. 해상인명안전협약(SOLAS)은 선장과 승무원이 배에 있다는 전제로 쓰여 있고, 국제해상충돌예방규칙(COLREG) 제5조는 "시각과 청각으로 항상 적절한 경계"를 하라고 요구한다. 카메라와 마이크로 하는 경계가 이를 만족하는가, 무인선의 '선장'은 누구인가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 장의 마지막 절에서 다시 다룬다.
자율운항 시스템의 구조
자율운항 시스템은 사람의 당직 업무를 그대로 따라 세 층으로 나뉜다.
- 상황 인지(Situational Awareness): 레이더·AIS·카메라·라이다로 주변 배와 장애물을 찾고, GNSS·IMU·자이로로 자기 위치와 자세를 안다. 여러 센서를 하나의 '세계 모델'로 묶는 것이 센서 융합이다.
- 판단(Decision Making): 전자해도(ENC) 위에서 경로를 계획하고, 다른 배와의 충돌 위험(CPA·TCPA, 21장)을 평가해 COLREG에 맞는 회피 행동을 고른다.
- 제어(Control): 오토파일럿이 정해진 침로·속력을 타와 기관 명령으로 바꾼다. 저속·정지 상태에서는 DP 시스템이 스러스터로 위치를 잡는다.
센서 융합: 칼만 필터로 상대선 추적하기
주변 배의 위치를 알려 주는 센서는 저마다 약점이 있다. 레이더는 2~3초마다 스스로 측정하지만, 거리 오차는 수십 m, 방위 오차는 0.5~1°라서 3 km 떨어진 배의 옆 방향 오차가 50 m 가까이 된다. AIS는 상대선이 GNSS로 잰 정확한 위치를 보내 주지만, 보고 간격이 2~10초 이상이고 전송·처리 지연이 있으며, 가끔 빠지거나 아예 꺼져 있다. 둘의 장점을 합치는 표준 도구가 칼만 필터(Kalman Filter)다.
상대선이 거의 등속으로 움직인다고 보고(등속 모델), 상태를 \(\mathbf{x} = [x, y, v_x, v_y]^\mathsf{T}\)로 둔다. 칼만 필터는 두 단계를 되풀이한다.
레이더 + AIS 융합 표적 추적
경로 계획: A* 탐색
출발항에서 도착항까지의 큰 경로는 전자해도 위에서 미리 계획한다. 해도를 격자로 나누고, 각 칸을 지날 때의 비용을 정한다. 육지와 통항 분리 방식(TSS)의 분리대는 지날 수 없고(비용 무한대), 흘수에 비해 얕은 곳은 지날 수는 있지만 위험하므로 비용을 크게 준다. 그러면 경로 계획은 그래프의 최소 비용 경로 문제가 된다.
A*(A-star) 알고리즘은 다익스트라 알고리즘에 '목표까지 남은 거리의 추정치'를 더해 탐색을 목표 쪽으로 이끈다. 각 칸 \(n\)에 대해
A* 경로 계획: 해도를 칠하고 길 찾기
경로 추종: LOS 유도와 선수각 제어
변침점을 잇는 경로가 정해지면, 배는 이 선을 따라가야 한다.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이 LOS 유도(Line-of-Sight Guidance)다. 배에서 경로에 수선을 내린 점보다 \(\Delta\)(lookahead 거리)만큼 앞의 경로 위 점을 겨냥한다.
여기에 조류가 경로를 가로질러 흐르면 문제가 생긴다. 배가 경로를 따라가려면 선수를 조류 쪽으로 \(\beta_c = \arcsin(V_c/U)\)만큼 틀어야(crab) 하는데, 위 LOS 식은 \(e=0\)일 때 선수를 정확히 경로 방향으로 두라고 명령한다. 그래서 배는 \(\arctan(e/\Delta) = \beta_c\)가 되는 곳, 즉 \(e \approx \Delta\,V_c/U\)만큼 밀려난 채로 평형을 이룬다. 이 정상 오차를 없애려면 오차를 시간에 대해 쌓는 적분 동작이 필요하다. 적분 LOS(ILOS)는 \(e\) 대신 \(e + \sigma\!\int\! e\,dt\)를 쓴다.
LOS 경로 추종과 조류
충돌 회피: 속도 장애물과 COLREG
계획된 경로를 따라가다 다른 배를 만나면 국지적인 회피 기동이 필요하다. 사람이 하는 판단(21장)은 "지금 침로·속력을 유지하면 최근접 거리(CPA)가 안전 거리보다 작아지는가"이다. 이를 거꾸로 묻는 것이 속도 장애물(Velocity Obstacle, VO)이다. "자선이 어떤 속도 벡터를 고르면 정해진 시간 안에 상대선의 안전 원 안으로 들어가는가?"
VO 기반 회피는 후보 속도(침로 × 속력의 격자)를 만들고, 어떤 상대선의 VO에도 들지 않는 후보 중에서 비용이 가장 작은 것을 고른다. 비용에는 원래 원하던 속도와의 차이와 함께 COLREG 비용을 넣는다. 정면 마주침이나 상대선을 우현에 둔 횡단 상황(자선이 피항선)에서 좌현으로 피하는 후보에는 큰 벌점을 준다. 또 상대가 알아챌 수 있도록 작은 변침보다 분명한 변침을 선호한다.
속도 장애물 충돌 회피
동적 위치 유지(DP)
해양 시추선, 해저 케이블 부설선, 해양 지원선(OSV)은 닻 없이 바다 한가운데 한 점에 몇 m 안으로 멈춰 서야 한다. 이를 스러스터로 해내는 것이 동적 위치 유지(Dynamic Positioning, DP)다. DP 시스템은 수평면 3자유도, 즉 전후(surge) \(x\), 좌우(sway) \(y\), 선수각(yaw) \(\psi\)를 동시에 제어한다.
제어기가 요구한 \((X, Y, N)\)을 여러 스러스터의 추력과 방향으로 나누는 것이 스러스터 할당(Thrust Allocation)이다. 스러스터 \(i\)의 힘 \(\mathbf{f}_i\)와 위치 \((l_{x,i}, l_{y,i})\)로 \(\boldsymbol\tau = B\mathbf{f}\)를 세우고, 가중 최소 제곱 해 \(\mathbf{f} = W^{-1}B^\mathsf{T}(BW^{-1}B^\mathsf{T})^{-1}\boldsymbol\tau\)로 연료(추력 제곱 합)를 최소로 하는 배분을 구한다. 아래 배는 선수 터널 스러스터 2기(옆 방향만)와 선미 아지무스 스러스터 2기(모든 방향)를 가졌다.
| DP 등급 (IMO MSC/Circ.1580) | 요구 사항 | 쓰임 |
|---|---|---|
| DP1 (Class 1) | 이중화 없음. 고장 하나로 위치를 잃을 수 있다. | 위험이 작은 작업 |
| DP2 (Class 2) | 능동 부품(스러스터, 발전기, 배전반 등) 하나가 고장 나도 위치 유지 | 시추 지원, 잠수 작업, 셔틀 탱커 |
| DP3 (Class 3) | DP2 + 화재·침수로 한 구획 전체를 잃어도 위치 유지(물리적 격리) | 시추선, 다이빙 지원선 |
DP 위치 유지와 스러스터 고장
원격 조종과 통신 지연
2·3등급 MASS는 육상 원격 관제 센터에서 배를 조종한다. 문제는 신호가 오가는 시간이다. 정지 궤도 위성 링크는 왕복만 0.5~0.7초이고, 영상 압축·처리·화면 표시를 더하면 운항자가 보는 화면은 실제보다 1~3초 늦다. 운항자의 명령도 같은 길을 거쳐 배에 닿는다. 되먹임 제어에서 지연은 위상 지연 \(e^{-s\tau}\)로 작용해, 주파수 \(\omega\)에서 \(\omega\tau\) 만큼 위상 여유를 깎는다. 위상 여유가 다 깎이면 운항자의 성실한 수정 동작이 오히려 진동을 키운다.
통신 지연과 원격 변침
그래서 원격 조종은 짧은 지연이 보장되는 연안·항만 구간에 주로 쓰이고, 대양에서는 배 위의 자율 시스템이 실시간 제어를 맡고 육상은 감시와 상위 명령(경로 승인, 비상 정지)만 하는 구조가 현실적이다. 통신이 끊기면 배가 스스로 MRC로 들어가야 하므로, 3등급 이상의 배에도 어느 정도의 자율 기능은 필수다.
사이버 보안, 책임과 규제
자율운항선박은 기술적으로 이미 시험 운항 단계다. 노르웨이의 소형 전기 컨테이너선이 연안에서 자율 운항 시험을 했고, 일본·한국에서도 대형 선박의 자율 운항 실증 항해가 이뤄졌다. 남은 큰 과제는 기술 밖에 있다.
| 쟁점 | 내용 |
|---|---|
| 사이버 보안 | GNSS 재밍·스푸핑(가짜 위성 신호), AIS 위조 표적, 원격 링크 탈취가 실제 위협이다. IMO는 선박 안전 관리 체계(ISM)에 사이버 위험 관리를 포함하도록 했고(2021~), 선급(IACS UR E26·E27)은 신조선의 네트워크 분리·접근 통제를 요구한다. 자율 시스템은 센서 간 교차 검증으로 이상한 측정을 걸러야 한다(칼만 필터의 혁신(innovation) 검사가 그 출발점이다). |
| 책임 | 선장의 권한과 책임을 누가 지는가: 원격 운항자, 선사, 시스템 제조사. 사고 시 소프트웨어 결함과 운항 판단을 어떻게 가릴지가 쟁점이다. |
| 규제 | IMO는 비강제 MASS Code를 먼저 채택하고(2026년 목표) 몇 년간의 경험을 거쳐 강제화하는 일정을 논의 중이다. 원격 운항자의 자격, 원격 관제 센터의 요건, COLREG의 '적절한 경계'를 기계가 만족하는 방법 등이 핵심이다. |
| 신뢰성 입증 | 사람 당직자보다 안전하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하는가. 수많은 조우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으로 시험하고(시나리오 기반 검증), 운항 데이터로 계속 감시하는 방식이 연구되고 있다. |
DP 시스템은 수십 년 동안 바다 한가운데서 사람 대신 스러스터를 조종해 왔다. 운항자는 목표점과 작업 범위를 정하고 시스템을 감시하며, 이상 시 개입한다. 자율운항선박의 감시–개입 구조는 사실상 DP 운용 경험을 항해 전체로 넓힌 것이다. DP 사고 통계가 보여 주듯, 사고의 큰 몫은 장비 고장보다 운항자가 시스템 상태를 잘못 이해한 데서 온다. 사람과 기계가 서로의 상태를 분명히 알게 하는 인터페이스 설계가 자율화의 핵심 과제로 꼽히는 이유다.
핵심 정리
- IMO MASS 등급은 1(선원 탑승·의사결정 지원), 2(원격 조종·선원 탑승), 3(원격 조종·무인), 4(완전 자율)다. 등급이 오를수록 제도·책임 문제가 커진다.
- 자율운항 시스템은 인지–판단–제어의 세 층과 육상 원격 관제 센터로 이뤄지며, 통신이 끊기면 최소 위험 상태(MRC)로 간다.
- 칼만 필터는 예측과 측정을 공분산에 따라 가중 평균한다. 레이더는 방위 방향 오차가, AIS는 지연과 누락이 약점이며, 융합하면 서로를 보완한다.
- A*는 \(f = g + h\)로 탐색하며, 수심 비용을 넣으면 얕은 곳을 피하는 경로를 얻는다. 격자 경로는 가시선 단축으로 변침점 몇 개로 줄인다.
- LOS 유도는 \(\Delta\) 앞의 점을 겨냥한다. 가로 조류가 있으면 \(e \approx \Delta V_c/U\)의 정상 오차가 남고, 적분 LOS가 이를 없앤다.
- 속도 장애물은 '피해야 할 속도 집합'이며, VO 밖의 후보 중 원하는 속도에 가깝고 COLREG(우현 변침)에 맞는 것을 고른다.
- DP는 3자유도 PID와 스러스터 할당으로 위치를 유지하고, 평균 외력은 적분항이 맡는다. DP2/3은 고장 하나(DP3는 한 구획 상실)에도 위치를 유지해야 한다.
- 통신 지연은 위상 여유를 깎아 원격 조종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득을 낮추거나 예측 표시를 써야 한다.
확인 퀴즈
Q1. 육상에서 원격 조종하고 배에는 선원이 없는 MASS는 몇 등급인가?
Q2. 레이더만으로 3 km 떨어진 배를 추적할 때 오차 타원이 길쭉한 방향은?
Q3. 칼만 필터의 과정 잡음 Q를 크게 하면?
Q4. A* 탐색에서 휴리스틱 h(n)이 허용 가능(admissible)하다는 것은?
Q5. lookahead Δ = 500 m, 선속 5 m/s, 가로 조류 1 m/s일 때 적분 동작 없는 LOS의 정상 횡방향 오차는 대략?
Q6. 정면으로 마주 오는 배와의 VO를 피할 수 있는 후보가 좌현 변침과 우현 변침 둘 다 있다. COLREG에 맞는 선택은?
Q7. DP2 등급의 핵심 요구 사항은?
Q8. 원격 조종에서 왕복 지연이 커질 때 진동을 줄이는 방법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