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선박
세계 교역량의 80% 이상이 배로 움직인다. 톤-마일당으로 보면 배는 가장 깨끗한 운송 수단이지만, 실어 나르는 양이 워낙 많아 해운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은 한 해 약 10억 톤으로 일본 한 나라의 배출과 비슷하다. 국제 해운은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공해 위에서 배출하므로 국제해사기구(IMO)가 규제를 맡는다. 이 장에서는 탄소 규제의 숫자가 어떻게 계산되는지, 배를 천천히 몰면 왜 연료가 크게 주는지, 차세대 연료들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지, 바람과 공기로 저항을 줄이는 기술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직접 계산해 본다.
- 해운의 배출 규모와 IMO 2023 온실가스 전략의 목표·중간 점검 시점을 안다.
- EEDI/EEXI와 CII를 계산하고, 엔진 출력 제한·감속·연료 전환이 등급을 어떻게 바꾸는지 설명한다.
- 감속 운항에서 연료가 속력의 세제곱·제곱에 비례하는 이유와 선대 규모·재고 비용의 상충을 정량화한다.
- LNG·메탄올·암모니아·수소·배터리의 에너지 밀도, 저장 조건, Well-to-Wake 배출과 메탄 슬립을 비교한다.
- 로터 세일(마그누스 효과), 윙 세일, 공기 윤활, 선체 관리의 원리와 순 절감량을 계산한다.
- 탄소 가격과 연료 가격 차이로 연료 전환의 손익분기점을 구한다.
해운과 기후: IMO 온실가스 전략
IMO의 4차 온실가스 연구에 따르면 2018년 해운(국제+연안)은 약 10억 톤(CO₂ 환산)을 배출해 인류 배출의 약 2.9%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해운 물동량은 크게 늘었지만 운송 작업(톤-마일)당 탄소 집약도가 2008년보다 20~30% 개선되어, 국제 해운의 총배출은 2008년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었다. 아무 조치도 하지 않으면 물동량 증가 때문에 2050년 배출은 2008년의 90~130%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IMO는 2018년 "2050년까지 2008년 대비 50% 감축"이라는 초기 전략을 세웠고, 2023년 7월 MEPC 80에서 이를 크게 강화한 2023 IMO 온실가스 감축 전략을 채택했다.
- 2050년경(by or around, i.e. close to 2050) 넷제로 온실가스 배출.
- 중간 점검(indicative checkpoints): 2030년까지 총배출 2008년 대비 최소 20%, 노력 목표 30% 감축, 2040년까지 최소 70%, 노력 목표 80% 감축.
- 2030년까지 운송 작업당 탄소 집약도 최소 40% 개선, 무배출·준무배출 연료·기술의 에너지 비중 최소 5%, 노력 목표 10%.
- 배출 범위를 연소 시점(Tank-to-Wake)만이 아니라 연료의 생산부터 연소까지 전 과정(Well-to-Wake)으로 본다.
해운 탄소 규제 타임라인
총배출은 물동량과 집약도의 곱이다. 물동량이 매년 늘면 집약도를 그보다 빨리 줄여야 총배출이 준다. 연 1~2%의 효율 개선(신조선 교체, 운항 최적화)만으로는 물동량 증가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것이 무배출 연료가 필요한 근본 이유다.
감축 경로 계산기: 물동량 vs 집약도
탄소 집약도 지표: EEDI·EEXI와 CII
IMO의 탄소 집약도 규제는 두 축이다. 하나는 설계가 얼마나 효율적인가를 보는 EEDI(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 2013~ 신조선)와 그 기존선 버전인 EEXI(Existing Ship Energy Efficiency Index, 2023~), 다른 하나는 실제 1년간 운항 결과를 보는 CII(Carbon Intensity Indicator)다.
EEDI/EEXI: "1톤을 1해리 나르는 데 설계상 몇 g의 CO₂를 내는가"
요구치는 선종·크기별 기준선(2000~2010년 건조선 평균) \(a\cdot \text{DWT}^{-c}\)에서 감축률 X%를 뺀 값이다. 기존선 상당수가 EEXI를 넘자 가장 많이 쓰인 해결책이 엔진 출력 제한(EPL, Engine Power Limitation)이다. 출력을 제한하면 속력은 대략 \(V \propto P^{1/3}\)으로만 줄므로 지수는 \(P/V \propto P^{2/3}\)으로 내려간다. 설계 지표는 "최고 속력에서의 효율"을 보므로, 실제로 그 속력을 쓰지 않는 배에게 EPL은 비용이 거의 없는 해결책이다.
EEXI 계산기와 엔진 출력 제한
CII: 1년 동안 실제로 얼마나 냈는가
CII 등급 시뮬레이터
감속 운항의 물리와 경제학
배의 저항은 대략 속력의 제곱에 비례하고(6장), 동력은 저항×속력이므로 속력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실제로는 조파 저항 때문에 지수가 3보다 큰 구간도 있지만, 세제곱 법칙은 좋은 첫 근사다.
2008년 금융 위기 뒤 연료값이 오르고 물동량이 줄자 컨테이너 선사들은 24~25 kn이던 운항 속력을 16~18 kn으로 낮췄다. 이를 감속 운항(Slow Steaming)이라 한다. 하지만 공짜는 아니다. 주 1회 정기 서비스를 유지하려면 한 바퀴(loop)가 길어진 만큼 배를 더 투입해야 하고, 화주는 화물이 바다에 더 오래 떠 있는 동안의 재고 비용(자본 비용)을 부담한다. 최적 속력은 연료비, 선박 비용, 재고 비용, 그리고 이제는 탄소 비용의 균형으로 정해진다.
선대 감속 운항 시뮬레이터 (아시아–북유럽 주간 서비스)
엔진은 원래 최대 출력의 85% 근처에 맞춰 설계되었으므로 장기간 20~40% 부하로 돌리면 연소실 오염, 과급기 효율 저하, 실린더 마모가 생긴다. 그래서 실제로는 과급기 한 대를 끊거나(turbocharger cut-out), 저부하용 튜닝을 적용하고, 프로펠러·선수 벌브를 새 속력에 맞게 교체하는 개조가 함께 이루어진다.
대체 연료: 에너지 밀도와 저장
무배출에 가까운 연료 후보는 모두 기존 중유보다 에너지를 덜 담는다. 연료 탱크는 화물 공간을 잠식하므로, 질량당 에너지(MJ/kg)보다 부피당 에너지(MJ/L)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수소는 질량당 에너지가 중유의 3배지만, −253 °C로 액화해도 밀도가 물의 1/14에 불과하다. 극저온·가압 탱크는 단열재와 원통형 구조 때문에 실제 차지하는 공간이 연료 부피의 1.5~2배다.
| 연료 | LHV (MJ/kg) | 밀도 (kg/m³) | 저장 조건 | 독성 | 인화·폭발 | 비고 |
|---|---|---|---|---|---|---|
| 중유(HFO/VLSFO) | 40~41 | ~990 | 상온·상압(가열) | 낮음 | 낮음(인화점 60 °C↑) | 황·PM 배출, 기준 연료 |
| LNG(메탄) | ~49 | ~450 | −162 °C 극저온 | 낮음(질식) | 높음 | 메탄 슬립, 증발 가스(BOG) |
| 메탄올 | 19.9 | ~795 | 상온·상압 액체 | 있음(섭취·흡입) | 높음(인화점 12 °C, 화염이 잘 안 보임) | 기존 탱크 개조 용이 |
| 암모니아 | 18.6 | ~680 | −33 °C 또는 약 10 bar | 매우 높음 | 낮음(연소가 어려움) | N₂O 배출, 파일럿 연료 필요 |
| 액화수소 | 120 | ~71 | −253 °C 극저온 | 없음 | 매우 높음(넓은 폭발 범위) | 증발 손실, 수소 취성 |
| 리튬이온 배터리 | ~0.45 | (시스템) | 상온 | 화재 시 독성 가스 | 열폭주 | 단거리선·하이브리드 |
같은 항해에 필요한 연료 탱크 크기
Well-to-Wake와 메탄 슬립
배의 굴뚝에서 나오는 CO₂만 보면(Tank-to-Wake, TtW) 암모니아와 수소는 "무탄소"다. 하지만 오늘날 생산되는 수소의 대부분은 천연가스를 개질해 만들며 그 과정에서 수소 1 kg당 약 9~10 kg의 CO₂를 낸다. 연료를 캐고(또는 만들고) 운반하는 과정(Well-to-Tank, WtT)을 합친 Well-to-Wake(WtW) 배출로 비교해야 공정하다. 생산 경로에 따라 색으로 구분한다.
- 그레이: 화석 연료로 생산, 부산 CO₂를 대기로 배출.
- 블루: 화석 연료로 생산하되 CO₂를 포집·저장(CCS). 포집률과 상류의 메탄 누출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 그린(e-연료): 재생 전력으로 물을 전기분해한 수소, 그 수소로 만든 암모니아, 수소와 포집 CO₂로 합성한 e-메탄올. 바이오매스에서 만든 바이오 연료도 상류에서 흡수한 탄소를 상쇄해 WtW가 작다.
메탄 슬립
LNG는 탄소 대비 수소 비율이 높아 같은 에너지에서 CO₂가 중유보다 약 25% 적다. 그러나 엔진에서 다 타지 못하고 빠져나가는 메탄, 즉 메탄 슬립(Methane Slip)이 문제다. 메탄은 100년 기준 지구 온난화 지수(GWP₁₀₀)가 CO₂의 약 28~30배, 20년 기준으로는 80배 이상이다. 저압 오토 사이클 4행정 엔진은 연료의 수 %를 흘리지만, 고압 직접 분사 디젤 사이클 2행정 엔진은 0.2% 수준이다.
메탄 슬립과 LNG의 실질 이득
연료 경로별 Well-to-Wake 비교
풍력 보조 추진: 로터 세일과 윙 세일
범선의 시대는 끝났지만 바람은 여전히 공짜다. 현대 풍력 보조 추진은 주기관을 그대로 두고 바람에서 얻은 추력만큼 엔진 출력을 줄인다. 대표적인 장치가 로터 세일(Rotor Sail, Flettner Rotor)이다. 높이 20~35 m의 원통을 전동기로 빠르게 돌리면, 원통 표면이 공기를 끌고 돌아 한쪽은 유속이 빨라지고 반대쪽은 느려진다. 베르누이 원리에 따라 압력 차가 생기고, 바람과 수직인 방향으로 큰 양력이 나온다. 이것이 마그누스 효과(Magnus Effect)다.
로터의 양력은 바람에 수직이므로 옆바람(겉보기 바람각 90° 근처)에서 추력이 최대이고, 맞바람에서는 저항만 생긴다. 윙 세일은 비행기 날개처럼 받음각으로 양력을 만든다. \(C_L\)은 1.5~2 정도로 작지만 면적을 크게 만들 수 있고 회전 동력이 필요 없다. 연(kite)은 바람이 강하고 일정한 고도 100~300 m에서 끌어 주는 방식이다. 실제 연간 절감은 항로의 바람 조건에 크게 좌우되며 보통 주기관 연료의 수 %~10% 남짓이다.
겉보기 바람과 풍력 보조 추력
공기 윤활
평저선(벌크선·탱커·컨테이너선)의 저항 중 마찰 저항은 60~80%를 차지하고, 넓고 평평한 선저는 젖은 표면적의 큰 부분이다. 공기 윤활 시스템(ALS, Air Lubrication System)은 선저 앞쪽의 여러 줄 노즐에서 압축 공기를 내보내 선저를 따라 미세 기포층이나 얇은 공기막을 깐다. 물보다 점성과 밀도가 훨씬 작은 공기가 선체와 물 사이에 끼어 그 면적의 마찰 저항을 크게 줄인다.
공기 윤활: 절감 vs 공기 공급 동력
그 밖의 에너지 절감 기술
"가장 깨끗한 연료는 태우지 않은 연료"라는 말처럼, 연료 전환 이전에 수요 자체를 줄이는 기술이 많다. 각각은 몇 %씩이지만 합치면 무시할 수 없다.
- 선체 도료와 청소: 따뜻한 바다에서 따개비·해조류가 붙으면 몇 달 만에 마찰 저항이 10~20% 이상 늘 수 있다. 자기마모형(SPC) 방오 도료, 실리콘계 오손 방출(foul-release) 도료, 수중 청소 로봇이 쓰인다.
- 선형과 프로펠러 최적화: 감속 운항 속력에 맞춘 선수 벌브 개조, 프로펠러 교체·연마, 프로펠러 앞 덕트·핀(PSD), 보스캡 핀(PBCF) 같은 에너지 절감 장치(ESD)로 반류와 회전 손실을 회수한다(8장).
- 폐열 회수(WHRS): 배기가스의 열로 증기 터빈이나 유기 랭킨 사이클(ORC)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주기관 출력의 3~8%를 회수한다.
- 운항 최적화: 기상 항로, 트림 최적화, 항만 도착 시간 조율(Just-in-Time arrival)로 불필요한 고속 운항과 묘박 대기를 줄인다.
- 선상 탄소 포집(OCCS): 배기가스에서 아민 흡수 등으로 CO₂를 분리해 액화 저장한 뒤 항구에서 내린다. 포집률을 높일수록 에너지 소비(연료 10~30% 증가 수준)와 저장 공간이 커져, 아직 실증 단계다.
선체 오손과 청소 주기
에너지 절감 조합기
경제성: 탄소 가격과 연료 전환
그린 연료는 대체로 중유보다 에너지당 2~4배 비싸다. 선사가 자발적으로 바꾸기 어려운 이유다. 탄소에 가격을 매기면 계산이 바뀐다. EU는 2024년부터 EU ETS(배출권 거래제)를 해운에 적용했다. 5,000 GT 이상 선박이 EU 항만 사이 항해에서 낸 배출의 100%, EU를 드나드는 항해의 50%, EU 항만 정박 중 배출의 100%가 대상이며, 첫해 배출의 40%, 다음 해 70%, 2026년분부터 100%의 배출권을 내야 한다. 2026년부터는 메탄과 아산화질소도 포함된다. 2025년부터 시행된 FuelEU Maritime은 선박이 쓰는 에너지의 WtW 온실가스 집약도 상한을 2020년 기준(91.16 g CO₂e/MJ)에서 2025년 −2%, 2030년 −6%, 2035년 −14.5%, 2050년 −80%로 낮춰 간다. IMO도 연료 GHG 집약도 기준과 배출 가격을 묶은 넷제로 프레임워크를 논의 중이다.
연료 전환 손익분기 계산기
핵심 정리
- 해운은 세계 온실가스의 약 3%(연 약 10억 t CO₂e)를 낸다. IMO 2023 전략은 2050년경 넷제로, 2030년 20~30%, 2040년 70~80% 감축(2008년 대비)을 중간 점검으로 둔다. 총배출 = 물동량 × 집약도이므로 효율 개선만으로는 부족하고 무배출 연료가 필요하다.
- EEXI는 설계 효율(g CO₂/t·nm)로, 출력을 제한하면 \(P^{2/3}\)에 비례해 낮아진다. CII는 1년 운항 결과로 A~E 등급을 매기며, 요구치가 해마다 낮아진다.
- 하루 연료는 \(V^3\), 거리당 연료는 \(V^2\)에 비례한다. 감속 운항은 연료와 CO₂를 크게 줄이지만 선박 수와 재고 비용을 늘리며, 최적 속력은 연료·탄소 가격이 오를수록 낮아진다.
- 대체 연료는 체적 에너지 밀도가 낮아 탱크가 2~5배 커진다. 액화수소와 배터리는 대양 항로에 부피·질량 면에서 불리하고, 암모니아는 독성, 메탄올은 낮은 에너지 밀도, LNG는 메탄 슬립이 과제다.
- 연료는 Well-to-Wake로 비교해야 한다. 그레이 수소·암모니아는 굴뚝 배출이 0이어도 전 과정 배출이 중유보다 클 수 있다. LNG의 이득은 엔진의 메탄 슬립률과 GWP 기준에 크게 좌우된다.
- 로터 세일은 마그누스 효과로 옆바람에서 큰 추력을 낸다. 공기 윤활은 선저 마찰을 줄이지만 정수압을 이기는 압축 동력과의 최적점이 있다. 선체 관리·ESD·폐열 회수를 모두 합쳐도 20~30% 수준이다.
- 탄소 가격(EU ETS)과 연료 집약도 규제(FuelEU, IMO 넷제로 프레임워크)는 연료 전환의 손익분기점을 움직인다. 손익분기 탄소 가격 = 비용 차 / 배출 차이다.
확인 퀴즈
Q1. IMO 2023 온실가스 전략의 2030년 중간 점검 목표(총배출, 2008년 대비)는?
Q2. 선속을 20 kn에서 15 kn으로 낮추면, 같은 거리를 가는 데 드는 연료는 대략 몇 배가 되는가? (세제곱 법칙 가정)
Q3. EEXI를 맞추기 위해 엔진 출력을 30% 제한하면 지표는 대략 얼마나 낮아지는가? (\(V\propto P^{1/3}\), 보조 동력 무시)
Q4. CII가 해마다 요구치가 강화된다는 것의 의미로 옳은 것은?
Q5. 같은 에너지를 실을 때 연료 탱크 체적이 가장 큰 것은? (단열·탱크 구조 포함)
Q6. 그레이 암모니아가 "탄소가 없는 연료"라는 주장의 문제점은?
Q7. 로터 세일의 추력이 가장 큰 바람 조건은?
Q8. 대체 연료 A가 VLSFO보다 연 400만 달러 비싸고 연간 과금 배출을 50,000 t CO₂ 줄인다면 손익분기 탄소 가격은? (κ =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