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펠러
대형 컨테이너선의 프로펠러는 지름이 9 m를 넘고 무게가 100 t에 이르지만, 1분에 80바퀴 남짓 천천히 돈다. 이 거대한 청동 덩어리는 물을 뒤로 밀어 보내는 반작용으로 수십 MW의 동력을 추력으로 바꾼다. 이 장에서는 프로펠러를 “물을 가속하는 원판”으로 보는 운동량 이론에서 시작해, 날개 단면 하나하나가 만드는 양력으로 추력과 토크를 쌓는 날개 요소 이론, 설계자가 쓰는 단독 특성 곡선, 효율을 깎고 날개를 갉아 먹는 캐비테이션, 그리고 다양한 추진기의 비교까지 다룬다.
- 운동량 이론으로 이상 효율을 계산하고 “큰 프로펠러를 천천히 돌려라”의 근거를 설명한다.
- 날개 요소의 속도 삼각형에서 받음각을 구하고 양력·항력을 추력과 토크로 분해한다.
- 기하학적 피치, 전진비, 슬립비의 관계를 이해한다.
- \(K_T\), \(K_Q\), \(\eta_0\) 단독 특성 곡선을 읽고 운전점과 최적 직경·회전수를 찾는다.
- 캐비테이션 수를 계산하고, 압력 분포와 버릴 선도로 캐비테이션 위험을 판단한다.
- 날개 수·피치·스큐·면적비가 형상에 주는 영향을 3D로 확인하고, 여러 추진기와 날개 진동수 문제를 이해한다.
물을 뒤로 던지는 원판: 운동량 이론
배가 앞으로 가려면 무언가를 뒤로 밀어야 한다(뉴턴의 제3법칙). 프로펠러는 매초 수십 t의 물을 붙잡아 뒤로 가속하고, 그 운동량 변화의 반작용이 추력(Thrust, \(T\))이다. 날개의 세부를 모두 지우고 프로펠러를 압력을 계단처럼 높이는 얇은 원판으로 본 모델이 액추에이터 디스크(Actuator Disk), 곧 랭킨–프루드의 운동량 이론이다.
디스크를 지나는 질량 유량은 \(\dot m = \rho A V_A(1+a)\)이고, 이 물이 \(2aV_A\)만큼 빨라지므로 추력은 \(T = \dot m\cdot 2aV_A\)다. 쓸모 있는 일률은 \(TV_A\), 물에 준 일률은 \(T V_A(1+a)\)이므로 효율이 정해진다.
효율을 깎는 것은 후류에 남는 운동 에너지 \(\tfrac12\dot m(2aV_A)^2\)이다. 같은 추력을 많은 물을 조금씩 가속해서 얻으면(큰 \(A\), 작은 \(a\)) 버리는 에너지가 줄어든다. 이것이 선박 설계의 오랜 격언 “큰 프로펠러를 천천히 돌려라”의 물리적 뿌리다. 비행기의 고바이패스 터보팬, 헬리콥터의 큰 로터도 같은 원리다.
액추에이터 디스크와 이상 효율
날개 하나를 들여다보기: 날개 요소 이론
운동량 이론은 효율의 상한을 알려 주지만 날개를 어떻게 만들지는 말해 주지 않는다. 프로펠러 날개를 반지름 방향으로 얇게 잘라 보면 각 조각은 비행기 날개와 같은 날개 단면(Blade Section)이다. 반경 \(r\)의 단면이 보는 물의 흐름은 전진 속도 \(V_A\)와 회전 속도 \(\omega r\)의 합이고, 여기에 프로펠러 자신이 만든 유도 속도(Induced Velocity)가 더해진다.
유도 속도는 운동량 이론으로 각 원환(annulus)마다 구하고, 날개 요소의 힘과 원환의 운동량 변화가 같아질 때까지 반복해 푼다. 이를 날개 요소 운동량 이론(BEMT)이라 한다. 아래 시뮬레이터가 바로 그 계산을 한다(직경 7 m, 날개 4장, 면적비 0.7).
날개 요소의 속도 삼각형과 힘 분해
피치와 슬립
날개면은 나사의 나사산처럼 나선면(Helicoidal Surface)으로 만든다. 단단한 너트 속에서 한 바퀴 돌 때 나아갈 거리가 기하학적 피치(Pitch, \(P\))다. 물은 너트가 아니므로 실제로는 한 바퀴에 \(V_A/n\)만큼만 나아가는데, 이 거리를 전진 거리(Advance)라 한다. 둘의 차이가 슬립(Slip)이다.
슬립은 낭비가 아니다. 날개가 물에 받음각을 갖고 들어가야 양력이 생기므로 어느 정도의 슬립은 필수다. 상선의 정상 운항에서 실 슬립비는 보통 20~35%다. 선장들이 쓰는 “겉보기 슬립”은 배의 대지 속도로 계산하므로 반류(8장) 때문에 이보다 작게 나온다.
물속을 파고드는 나사
단독 특성 곡선: KT, KQ, η0
프로펠러만 따로 균일한 흐름 속에서 시험한 성능을 단독 특성(Open Water Characteristics)이라 한다. 차원 해석을 하면 추력과 토크는 전진비 \(J\) 하나의 함수인 무차원 계수로 정리된다(같은 형상이면 크기와 회전수에 관계없이 같은 곡선).
네덜란드 해양연구소(MARIN)의 바헤닝언 B 시리즈(Wageningen B-series)는 날개 수·면적비·피치비를 체계적으로 바꾼 120여 개 모형 프로펠러의 시험 결과를 다항식으로 정리한 것으로, 초기 설계의 표준 자료다. 아래 시뮬레이터는 B 시리즈의 경향(곡선 모양, 최고 효율 0.5~0.75)을 흉내 낸 매끄러운 근사식이며 실제 계수와는 다르다.
단독 특성 곡선과 운전점
\(D\) = 7 m, \(n\) = 100 rpm(1.667 rps), \(V_A\) = 8 m/s이면 \(J = 8/(1.667\times7) = 0.686\)이다. 이때 \(K_T\) = 0.22라면 \(T = 0.22\times1025\times1.667^2\times7^4 = 1{,}500\) kN, \(10K_Q\) = 0.38이라면 \(Q = 0.038\times1025\times1.667^2\times7^5 = 1{,}815\) kN·m, 전달 동력 \(2\pi nQ\) = 19.0 MW, 단독 효율 \(\eta_0 = 0.686\times0.22/(2\pi\times0.038) = 0.63\)이다.
최적 직경과 회전수
설계자는 보통 배의 저항에서 정해진 필요 추력과 전진 속도를 받아 들고 시작한다. 같은 추력을 내는 프로펠러 조합(직경 \(D\), 회전수 \(n\), 피치비)은 무수히 많은데, 그중 효율이 가장 높은 것을 고른다. 직경이 클수록 운동량 손실이 줄어 유리하지만, 흘수와 선미 형상이 직경을 제한하고(선체와의 간극), 너무 느리게 돌리면 엔진이 무거워진다. 저속 2행정 디젤 엔진(9장)이 프로펠러에 직결되어 분당 60~100회로 도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직경–회전수 효율 지도
캐비테이션: 물이 끓는 날개
물은 100 °C에서만 끓는 것이 아니다. 압력을 낮추면 상온에서도 끓는다. 15 °C 해수의 증기압은 약 1.7 kPa로 대기압의 2%도 안 되지만, 빠르게 도는 날개의 등(흡입면) 앞쪽에서는 압력이 그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그러면 증기 공동(cavity)이 생기는데 이를 캐비테이션(Cavitation)이라 한다. 공동이 압력이 회복되는 곳으로 흘러가 터지면 날개 표면을 때려 침식시키고, 강한 소음과 진동을 내며, 심하면 날개 면에 붙은 공동이 양력을 망가뜨려 추력이 급감한다(추력 붕괴).
날개 단면 압력 분포와 캐비테이션
버릴 선도로 날개 면적 정하기
캐비테이션을 피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날개 면적을 늘려 단위 면적당 하중을 낮추는 것이다. 영국의 버릴(L. C. Burrill)은 수많은 실선 경험을 정리해, 0.7R의 캐비테이션 수 \(\sigma_{0.7R}\)과 평균 하중 계수 \(\tau_c\)로 날개 등 면적의 몇 %에 캐비테이션이 생길지 보여 주는 버릴 선도(Burrill Diagram)를 만들었다.
버릴 선도(근사 곡선)
프로펠러의 모양: 3D 생성기
프로펠러 형상은 몇 개의 숫자로 정해진다.
- 날개 수 \(Z\): 상선은 4~6장. 날개가 많으면 날개 하나의 하중과 진동 진폭이 줄지만, 효율은 조금 떨어진다.
- 피치비 \(P/D\): 0.6~1.4. 반경마다 다를 수 있고(가변 피치 분포), 보통 0.7R 값을 대표값으로 쓴다.
- 전개 면적비 \(A_E/A_0\): 날개를 평평하게 편 면적의 합을 원판 면적으로 나눈 값. 0.4~1.1. 캐비테이션 여유로 정한다.
- 스큐(Skew): 날개를 회전 반대 방향으로 휘게 한 것. 날개 각 반경이 선미 반류의 불균일한 구역을 시간차를 두고 지나므로 압력 변동과 진동이 크게 준다. 고스큐 프로펠러는 날개 끝 스큐가 40° 이상이다.
- 레이크(Rake): 날개를 축 방향으로 뒤로 기울인 것. 선체와 날개 끝 간극을 넓힌다.
아래 3D 생성기는 반경별 코드 길이(B 시리즈와 비슷한 분포), 피치각 \(\varphi(r) = \arctan\frac{P}{2\pi r}\), 스큐·레이크, 두께 분포로 날개 단면을 나선면 위에 배치해 BufferGeometry로 직접 만든다.
3D 프로펠러 생성기
여러 가지 추진기
대부분의 상선은 단순하고 효율 좋은 고정 피치 프로펠러를 쓰지만, 임무에 따라 다른 추진기가 쓰인다.
| 추진기 | 원리와 특징 | 주로 쓰는 배 |
|---|---|---|
| 고정 피치(FPP) | 한 덩어리로 주조. 단순·고효율·저렴. 후진은 엔진 역회전으로. | 대형 상선 대부분 |
| 가변 피치(CPP) | 허브 안 유압 기구로 날개 각도를 바꾼다. 일정 회전수로 축발전기 구동, 엔진 역회전 없이 후진. 허브가 커서 효율 1~3% 손해. | 페리, 예인선, 어선, 군함 |
| 덕트 프로펠러 | 날개 둘레에 날개 단면 모양의 링(노즐). 고하중에서 덕트가 추가 추력을 내 보울러드 풀이 30~40% 증가. 고속에서는 덕트 저항이 손해. | 예인선, 트롤선, 저속 비대선 |
| 이중 반전(CRP) | 같은 축에서 반대로 도는 두 프로펠러. 앞 날개가 남긴 회전 에너지를 뒤 날개가 회수해 효율 3~8% 향상. 축계가 복잡. | 일부 대형선, 어뢰 |
| 워터젯 | 선체 안 펌프가 물을 빨아 노즐로 분사. 방향 노즐로 조종. 30노트 이상에서 효율 좋고 흘수가 얕다. | 고속선, 쌍동 페리, 경비정 |
| 포드 추진기 | 전동기를 수중 포드 안에 넣고 360° 회전. 타가 필요 없고 조종성 우수. 전기 추진(18장)과 짝. | 크루즈선, 쇄빙선, 해양 작업선 |
멈춰 선 채(\(V_A = 0\)) 낼 수 있는 최대 추력을 보울러드 풀(Bollard Pull)이라 하며 예인선의 핵심 성능이다. 운동량 이론으로 정지 상태의 이상 추력을 구하면 동력의 2/3제곱에 비례한다. 덕트는 후류 수축을 막아(출구 면적 ≈ 원판 면적) 같은 동력에서 이상 추력을 \(2^{1/3}\approx1.26\)배로 키운다.
예인선 보울러드 풀 비교
날개 진동수와 선체 진동
선미의 물 흐름은 고르지 않다. 선체 바로 뒤 위쪽(12시 방향)은 느리고 양옆은 빠르다(8장의 반류). 그래서 날개가 12시를 지날 때마다 받음각과 하중이 출렁이고, 날개 끝이 선체 바닥을 가까이 지나며 압력 펄스를 때린다. 이 가진의 기본 진동수가 날개 통과 진동수(Blade Passing Frequency)다.
이 진동수가 선체 거더의 고유 진동수나 거주 구역(갑판실), 마스트, 기관 받침대의 국부 고유 진동수와 겹치면 공진이 일어나 승무원이 견디기 힘든 진동과 피로 균열이 생긴다. 설계에서는 날개 수와 회전수를 골라 주요 고유 진동수와 ±10~15% 이상 떨어뜨리고, 날개 끝 간극을 직경의 15~25% 이상 두며, 스큐로 압력 펄스를 줄인다. 선체 진동은 13장에서 더 다룬다.
날개 통과 진동수와 공진 피하기
핵심 정리
- 프로펠러는 물을 뒤로 가속한 반작용으로 추력을 얻는다. 운동량 이론의 이상 효율 \(\eta_i = 2/(1+\sqrt{1+C_T})\)는 추력 하중 계수가 작을수록, 즉 큰 직경으로 많은 물을 조금씩 가속할수록 높다.
- 날개 요소 이론: 단면은 \(V_A\), \(\omega r\), 유도 속도로 이뤄진 유입 속도를 받고, 피치각과 유입각의 차이인 받음각으로 양력을 낸다. 양력의 축 방향 성분이 추력, 회전 방향 성분이 토크다.
- 기하학적 피치는 한 바퀴의 이상 전진 거리다. 실 슬립비 \(1 - J/(P/D)\)가 있어야 받음각과 추력이 생긴다.
- \(K_T = T/\rho n^2D^4\), \(K_Q = Q/\rho n^2D^5\), \(\eta_0 = JK_T/2\pi K_Q\). 단독 효율은 J에 따라 최고점을 지나며, 피치비가 높을수록 최고 효율이 높다.
- 필요 추력과 속도가 주어지면 직경이 클수록, 그에 맞게 회전수가 낮을수록 효율이 좋다. 직경은 흘수와 선체 간극이 제한한다.
- 국소 압력이 증기압 아래로 떨어지면(\(-C_p > \sigma\)) 캐비테이션이 생겨 침식·소음·진동·추력 붕괴를 일으킨다. 면적비를 늘리거나 회전수를 낮추고 깊이 잠기게 해 피한다. 버릴 선도는 면적 선정의 경험 도구다.
- CPP, 덕트, CRP, 워터젯, 포드는 각각 조종성·저속 고하중·회전 손실 회수·고속·배치 자유도에서 장점이 있다. 덕트는 보울러드 풀을 30~40% 높인다.
- 날개 통과 진동수 \(Z\cdot n\)이 선체·국부 구조의 고유 진동수와 겹치지 않게 날개 수와 회전수를 고른다. 스큐와 충분한 간극이 압력 펄스를 줄인다.
확인 퀴즈
Q1. 추력 하중 계수 \(C_T\) = 3인 프로펠러의 이상 효율은?
Q2. 같은 추력·같은 속도에서 직경을 키우면 이상 효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Q3. 날개 단면의 받음각을 키우는 변화는?
Q4. P/D = 1.0인 프로펠러가 J = 0.7로 운전한다. 실 슬립비는?
Q5. \(K_T\) = 0.2, \(10K_Q\) = 0.35, J = 0.7일 때 단독 효율은?
Q6. 캐비테이션 수 σ를 키우는(캐비테이션을 줄이는) 방법이 아닌 것은?
Q7. 예인선에 덕트 프로펠러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Q8. 6날개 프로펠러가 80 rpm으로 돌 때 날개 통과 진동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