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체 구조와 강도
길이 200 m의 배는 물 위에 놓인 거대한 강철 보다. 무게는 화물이 실린 곳에, 부력은 선체가 물에 잠긴 곳에 몰려 있고, 둘의 분포는 결코 같지 않다. 그 차이가 선체를 휘고 비틀며, 파도는 그 힘을 몇 초마다 뒤집는다. 이 장에서는 하중에서 전단력과 굽힘 모멘트를 적분해 내는 종강도 계산에서 출발해, 그 모멘트를 견디는 중앙 단면의 설계, 판과 보강재로 이루어진 구조 방식, 그리고 구조물이 실제로 부서지는 세 가지 방식인 항복·좌굴·피로를 차례로 만져 본다.
- 무게 분포와 부력 분포에서 하중 \(q\), 전단력 \(V\), 굽힘 모멘트 \(M\) 선도를 그리고 양 끝에서 0이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 정수 중 모멘트와 파랑 중 모멘트를 구분하고, 호깅과 새깅이 생기는 하중 조건을 안다.
- 중앙 단면의 중립축, 단면 2차 모멘트, 단면 계수를 계산하고 \(\sigma = M/Z\)로 갑판·선저 응력을 구한다.
- 종늑골식과 횡늑골식 구조의 차이와 각 부재의 이름·역할을 3D로 확인한다.
- 판의 좌굴 응력, S–N 곡선과 마이너 법칙, 응력 집중 계수를 계산한다.
- 오픈 데크 선박의 비틀림, 휘핑과 스프링잉, 고장력강의 장단점을 이해한다.
물에 뜬 보: 하중, 전단력, 굽힘 모멘트
배를 길이 방향으로 1 m씩 잘라 보자. 각 조각에는 아래로 누르는 무게 \(w(x)\)와 위로 미는 부력 \(b(x)\)가 작용한다. 배 전체로는 무게와 부력이 같고(떠 있으므로), 무게중심과 부심이 같은 세로 위치에 있다(트림 평형). 그러나 조각마다 보면 같지 않다. 기관실 조각은 무겁고, 빈 화물창 조각은 가볍고, 가늘어지는 선수미 조각은 부력이 작다. 조각 사이의 이 불균형을 이웃 조각이 받아 넘겨 주어야 하는데, 그 내력이 바로 전단력(Shear Force)과 굽힘 모멘트(Bending Moment)다. 선체 전체를 하나의 보로 보는 이 관점을 선체 거더(Hull Girder)라 하고, 그 강도를 종강도(Longitudinal Strength)라 한다.
적분을 두 번 하는 것은 보 이론과 똑같다. 차이는 받침점이 없다는 것이다. 배를 받치는 것은 오직 분포된 부력이고, 부력 분포는 흘수와 트림에 따라 스스로 바뀐다. 그래서 종강도 계산은 먼저 무게에 맞는 흘수와 트림을 찾고(4장), 그 수면으로 각 단면의 잠긴 면적을 구해 부력 분포를 만든 뒤 적분한다. 중앙부에 부력이 남고 양 끝에 무게가 남으면 배는 가운데가 솟는 호깅(Hogging), 반대면 가운데가 처지는 새깅(Sagging) 상태가 된다.
적재 계산기: 화물 블록을 옮기면 선도가 바뀐다
정수 중 굽힘과 파랑 중 굽힘: 호깅과 새깅
잔잔한 물에서의 모멘트를 정수 중 굽힘 모멘트(Still Water Bending Moment)라 한다. 이것은 적재 계획으로 조절할 수 있다. 그러나 바다에서는 파도가 부력 분포를 다시 그린다. 파장이 선장과 비슷한 파가 지나갈 때가 가장 나쁘다.
- 파정이 중앙에 오면 가운데에 부력이 몰리고 양 끝이 공중에 뜬다. 정수 중 모멘트에 호깅 모멘트가 더해진다. 갑판은 늘어나고(인장) 선저는 눌린다(압축).
- 파곡이 중앙에 오면 양 끝이 파정에 얹히고 가운데가 빈다. 새깅 모멘트가 생기고 갑판이 압축된다.
선급 규칙은 북대서양에서 20~25년에 한 번 만날 만한 파를 기준으로 설계 파랑 굽힘 모멘트를 정한다. IACS 공통 규칙의 형태는 다음과 같다.
파도 위의 선체 거더: 파정과 파곡을 지나가게 하자
중앙 단면: 단면 계수와 굽힘 응력
굽힘 모멘트를 견디는 것은 배의 길이 방향으로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부재들, 즉 갑판, 선측 외판, 선저 외판, 내저판, 종통재, 거더다. 이들을 한 단면에 모은 그림이 중앙 단면도(Midship Section)다. 보 이론에 따라 굽힘 응력은 중립축에서의 거리에 비례한다.
중립축에서 먼 갑판과 선저가 응력을 가장 많이 받고, 동시에 2차 모멘트에 가장 크게 기여한다. 그래서 강도를 올리려면 갑판과 선저를 두껍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해치 개구는 갑판 가운데를 잘라 내므로 갑판의 유효 면적이 줄고 중립축이 내려가, 갑판 단면 계수가 선저보다 작아지는 것이 보통이다.
| 강재 | 항복 응력 \(\sigma_Y\) | 재료 계수 \(k\) | 종강도 허용 응력(대략) | 쓰임 |
|---|---|---|---|---|
| 일반강(Grade A~E) | 235 MPa | 1.0 | 175 MPa | 대부분의 선체 판 |
| 고장력강 AH32 | 315 MPa | 0.78 | 약 225 MPa | 갑판, 선저, 해치 코밍 |
| 고장력강 AH36 | 355 MPa | 0.72 | 약 245 MPa | 대형선 갑판·선저 |
| 극후물 고장력강 EH40·EH47 | 390·460 MPa | 0.68·0.62 | — | 초대형 컨테이너선 해치 코밍 |
허용 응력은 대략 \(175/k\) MPa이고, 규칙이 요구하는 최소 단면 계수에도 \(k\)가 곱해진다. 고장력강을 쓰면 같은 모멘트를 더 얇은 판으로 견딜 수 있어 강재 중량이 줄고 화물을 더 실을 수 있다. 대가도 있다. 영률 \(E\)는 일반강과 같으므로(약 206 GPa) 얇아진 판은 더 잘 휘고 좌굴하며, 피로 강도는 항복 응력만큼 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고장력강 선박일수록 좌굴과 피로 검토가 중요해진다.
중앙 단면 설계기: 판 두께와 종통재로 Z 만들기
판과 보강재: 종늑골식과 횡늑골식
선체는 얇은 강판(10~30 mm)에 보강재를 촘촘히 붙인 보강판(Stiffened Panel)의 조합이다. 판만으로는 수압이나 압축에 쉽게 휘므로, 판을 작은 칸으로 나눠 주는 보강재가 필요하다. 보강재를 어느 방향으로 붙이느냐에 따라 두 가지 구조 방식이 있다.
- 횡늑골식(Transverse Framing): 늑골(Frame)을 0.6~0.9 m 간격으로 배의 폭 방향 고리처럼 세운다. 갑판 밑에는 갑판 보(Beam), 이중 선저에는 늑판(Floor)이 이어진다. 수압 같은 횡하중에 강하고 화물창 안이 깔끔하지만, 판이 길이 방향 압축에 약해 두꺼워야 한다. 작은 배와 옛 배에 쓰였다.
- 종늑골식(Longitudinal Framing): 종통재(Longitudinal)를 길이 방향으로 0.7~0.9 m 간격으로 붙이고, 3~5 m마다 깊은 웹 프레임(Web Frame)으로 받친다. 종통재 자체가 종강도에 기여하고, 판이 길이 방향으로 긴 칸(가로세로비 4~5)으로 나뉘어 압축 좌굴에 강하다. 1900년대 초 이셔우드(Isherwood) 방식으로 유조선에 도입된 뒤, 오늘날 대형선의 갑판과 선저는 거의 모두 종늑골식이다.
가로 방향의 수밀 격벽(5장)은 구획을 나누는 동시에 선체 단면이 찌그러지지 않게 잡아 주는 횡강도 부재다. 이중 선저 안의 거더(Girder)와 늑판은 선저를 격자로 받쳐 화물과 수압을 격벽과 선측으로 전달한다.
선체 블록 단면 모형: 구조 방식 바꿔 보기
판의 좌굴
새깅 상태의 갑판이나 호깅 상태의 선저는 길이 방향으로 압축된다. 얇은 판은 압축 응력이 항복 응력에 닿기 훨씬 전에 옆으로 불룩 휘어 버리는데, 이것이 좌굴(Buckling)이다. 네 변이 보강재로 받쳐진 판(폭 \(b\)=보강재 간격, 길이 \(a\), 두께 \(t\))의 탄성 좌굴 응력은 다음과 같다.
\(\sigma_E\)가 항복 응력의 절반을 넘으면 판은 좌굴과 소성이 함께 일어나므로 존슨–오스텐펠트 보정 \(\sigma_{cr} = \sigma_Y\left(1-\frac{\sigma_Y}{4\sigma_E}\right)\)을 쓴다. 식에서 \((t/b)^2\)이 핵심이다. 판 두께를 10% 늘리면 좌굴 응력이 21% 오르고, 보강재 간격을 10% 줄여도 23% 오른다.
보강판의 좌굴: 두께·간격·가로세로비
피로: S–N 곡선과 마이너 법칙
배는 평생 파도를 1억 번쯤 만난다. 한 번 한 번의 응력은 항복 응력보다 한참 작아도, 용접 이음의 아주 작은 결함에서 균열이 조금씩 자란다. 이것이 피로(Fatigue)다. 응력 범위 \(\Delta\sigma\)를 일정하게 반복했을 때 파단까지의 횟수 \(N\)을 그린 것이 S–N 곡선이다. 용접 이음의 S–N 곡선은 로그 좌표에서 직선이다.
바다의 응력 범위는 일정하지 않다. 대부분은 작고, 아주 드물게 큰 응력이 온다. 이 장기 분포는 보통 와이블 분포로 나타내며, 20~25년 동안 가장 큰 응력 범위(10⁸회 중 1회)와 형상 계수 \(h\)(0.8~1.1)로 정한다. 응력이 피로 수명에 미치는 영향은 3제곱 이상이다. 응력을 20% 줄이면 수명은 거의 2배가 된다.
25년 운항의 피로 손상 누적
응력 집중과 해치 코너
판에 구멍을 뚫으면 힘의 흐름이 구멍을 돌아가야 하므로 구멍 가장자리에 응력이 몰린다. 국부 최대 응력과 멀리 있는 공칭 응력의 비가 응력 집중 계수(Stress Concentration Factor, \(K_t\))다. 타원 구멍에 대한 잉글리스(Inglis, 1913)의 해는 이 현상을 한 줄로 요약한다.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의 갑판에는 배 폭의 70~90%에 이르는 해치 개구가 있고, 그 네 모서리는 종강도 응력이 가장 크게 모이는 곳이다. 초기의 각진 해치 코너에서 피로 균열이 많이 났고, 오늘날에는 큰 반경이나 타원·포물선 모양의 코너, 두꺼운 보강판(인서트 플레이트), 매끄럽게 연마한 자유 가장자리로 응력 집중을 줄인다. 2차 세계대전의 리버티선에서 각진 해치 코너가 취성 파괴의 출발점이 되었던 일은 이 원리를 강재와 용접의 품질 문제와 함께 일깨운 고전적 사례다.
구멍 주위의 응력 지도 (탄성 해)
비틀림, 휘핑과 스프링잉
비스듬히 오는 파도는 선수와 선미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기울이려 한다. 이 비틀림 모멘트를 닫힌 상자형 단면은 쉽게 견디지만, 갑판 대부분이 해치로 뚫린 오픈 데크 컨테이너선의 단면은 위가 열린 U자 모양이다. 얇은 벽 단면의 비틀림 상수를 비교하면 차이가 극적이다.
그래서 컨테이너선은 갑판 양쪽 가장자리에 두꺼운 판으로 닫힌 토션 박스(Torsion Box)를 두고, 해치 사이의 가로 갑판 띠와 격벽이 단면의 뒤틀림(워핑)을 붙잡게 한다. 비틀림이 남으면 해치 개구가 평행사변형으로 찌그러져 해치 커버가 어긋나고, 해치 코너에 피로 응력이 더해진다.
오픈 데크의 비틀림: 해치 개구 폭과 토션 박스
선체는 탄성체이므로 고유 진동수를 가진다. 수직 굽힘의 가장 낮은 모드(2절 진동)는 대형선에서 0.4~1 Hz 정도다. 선수가 파도에 내리꽂히는 슬래밍(11장)의 충격은 이 진동을 울려, 파도 주기의 모멘트 위에 빠르게 감쇠하는 진동이 겹친다. 이것이 휘핑(Whipping)이다. 파도와 선체의 조우 주파수(또는 그 정수배)가 고유 진동수와 맞아 계속 공진하는 것은 스프링잉(Springing)이다. 길고 유연한 대형 컨테이너선과 광탄선일수록 고유 진동수가 낮아 두 현상이 커지고, 피로 손상과 최대 모멘트를 함께 키운다.
휘핑과 스프링잉: 모멘트 시계열
선체가 부러질 때
종강도의 마지막 질문은 "얼마까지 견디는가"다. 굽힘 모멘트가 커지면 압축 쪽(호깅이면 선저, 새깅이면 갑판)의 보강판이 먼저 좌굴해 힘을 덜 받게 되고, 그 힘이 남은 부재로 넘어가며 차례로 무너진다. 단면이 견딜 수 있는 최대 모멘트를 최종 종강도(Ultimate Hull Girder Strength)라 하며, 오늘날 규칙은 단계별 붕괴 계산(스미스 방법)으로 이를 확인하도록 한다.
2000년대 이후 대형 컨테이너선이 거친 바다에서 중앙부가 꺾여 두 동강 나는 사고가 있었다. 조사 보고서들이 공통으로 지목한 요인은 다음과 같다. 선저 보강판의 좌굴 강도 여유가 작았고, 실제 컨테이너 무게가 신고된 값보다 무거워 정수 중 모멘트가 계산보다 컸으며, 휘핑이 파랑 모멘트를 키웠다. 이 사고들 뒤 IACS는 컨테이너선 종강도 통일 규칙(UR S11A)을 새로 만들고, SOLAS는 컨테이너 총중량 검증(VGM)을 의무화했다. 무게 분포, 파랑 하중, 좌굴, 동적 응답이 한 줄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 이 장의 결론이다.
길이 200 m 벌크선의 설계 굽힘 모멘트는 정수 중과 파랑 중을 합해 3,000~4,000 MN·m, 중앙 단면 계수는 15~25 m³, 갑판 응력은 150~250 MPa 수준이다. 이 정도 응력에서 선체 중앙은 호깅 때 십수 cm 솟는다. 400 m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모멘트가 이보다 열 배 가까이 크고, 해치 코밍에 두께 80~100 mm의 극후물 고장력강을 쓴다.
핵심 정리
- 선체 거더의 하중은 \(q=b-w\)다. 한 번 적분하면 전단력, 두 번 적분하면 굽힘 모멘트이며, 평형이면 양 끝에서 모두 0이 된다.
- 중앙부 부력 과잉(또는 양 끝 무게 과잉)이면 호깅, 반대면 새깅이다. 파정이 중앙이면 호깅, 파곡이 중앙이면 새깅이 더해지고, 선장과 비슷한 파장이 가장 위험하다.
- 중앙 단면에서 \(z_{NA}\), \(I\), \(Z=I/y\)를 구하고 \(\sigma=M/Z\)로 갑판·선저 응력을 계산한다. 중립축에서 먼 갑판과 선저가 가장 효과적이다.
- 고장력강(AH36, 355 MPa)은 허용 응력을 \(1/k\)배 높여 강재를 줄이지만, \(E\)가 같아 좌굴·피로 검토가 중요해진다.
- 대형선의 갑판·선저는 종늑골식이다. 종통재가 종강도에 기여하고 판 칸이 길어져 좌굴에 강하다. 횡늑골식은 늑골 고리가 횡하중을 받는다.
- 판의 좌굴 응력은 \(k\pi^2E/(12(1-\nu^2))\,(t/b)^2\)이고, 길게 나뉜 판에서 \(k\approx4\)다.
- 피로는 S–N 곡선과 마이너 법칙 \(D=\sum n_i/N_i\)로 평가하며, 응력에 3제곱 이상으로 민감하다. 해치 코너 같은 응력 집중부가 출발점이다.
- 오픈 데크 단면은 비틀림에 약해 토션 박스로 보강한다. 휘핑과 스프링잉은 선체의 탄성 진동이 파랑 하중 위에 겹치는 현상이다.
확인 퀴즈
Q1. 전단력 곡선 V(x)가 0을 지나는 위치에서 굽힘 모멘트는?
Q2. 기관실이 선미에 있는 벌크선이 빈 채(밸러스트 없이) 떠 있다. 가장 그럴듯한 상태는?
Q3. 파장이 선장과 같은 파의 파곡이 배 중앙에 왔다. 갑판의 응력은?
Q4. 굽힘 모멘트 3,000 MN·m에서 갑판 단면 계수가 15 m³이다. 갑판 응력은?
Q5. 해치 개구를 넓히면 중앙 단면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가?
Q6. 판 두께를 그대로 두고 보강재 간격 b를 절반으로 줄이면 탄성 좌굴 응력은?
Q7. S–N 곡선의 기울기 m = 3인 용접 이음에서 응력 범위가 2배가 되면 피로 수명은?
Q8. 오픈 데크 컨테이너선이 토션 박스를 두는 이유는?